며칠 전부터 아내가 주방 싱크대에 문제가 생겼다며 걱정했습니다. 설거지할 때마다 물이 시원하게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침내 물이 전혀 빠지지 않는 상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급히 플러머(배관공)를 수소문해서 상태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우리 집 배수관의 문제가 아니라 아래층으로 이어지는 공용 배관에 이물질이 꽉 들어찬 상태였습니다. 플러머는 땀을 뻘뻘 흘리며 배관 청소용 긴 쇠줄을 집어넣고 기계를 돌리며 한참을 씨름했습니다. 마침내 굳어 있던 기름때와 찌꺼기들이 쑥 빠져나오며 배수관이 뻥 뚫렸습니다. 적잖은 수리비가 들었지만, 걱정하던 아내의 얼굴에 웃음이 돌아온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겉보기에 멀쩡해 보여도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 쌓인 찌꺼기가 온 집안의 일상을 마비시킵니다.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막힘 하나가 삶 전체를 멈추게 할 수 있음을 깨달은 사건이었습니다.

  한의학에서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則不痛 不通則痛)’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라는 뜻입니다. 생명의 원리는 순환에 있기에, 흘러야 할 것이 막히는 순간 고통과 비극이 시작됩니다. 한의학에서는 침이나 뜸 등을 통해 막힌 기혈을 뚫어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고 설명합니다. 우리 몸의 혈관에 찌꺼기가 쌓여 피가 흐르지 못하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같은 치명적인 질환이 찾아옵니다. 하수관이 막히자 하수가 역류하고 고약한 악취가 집안을 뒤덮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소통이 막힌 인간관계에도 갈등과 상처가 쌓이기 시작합니다. 조셉 포트 뉴턴은 “사람들이 외로운 이유는 다리를 놓는 대신 벽을 쌓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부부간, 부모 자녀 간, 성도 간에 말문이 막히면 고통이 됩니다. 흐름이 멈추면 생명력도 약해집니다. 몸도, 관계도, 영혼도 막힌 채로 건강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과 나 사이의 영적 통로가 막히면 영혼은 서서히 질식합니다.

  하나님은 막힌 곳을 뚫어 길을 내시는‘웨이 메이커(Way Maker)’이십니다. 성경의 역사는 하나님이 막힌 담을 허무시고 길을 내어주신 은혜의 기록입니다. 하나님은 넘실거리는 홍해 바다 한가운데로 마른 길을 내셨습니다. 하나님은 광야에 길을 내시고, 사막에 강을 내시는 분입니다. 절망의 자리에서도 하늘의 통로를 여시는 전능자이십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은 죄로 인해 영원히 막혀 있던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단절을 해결하기 위해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셨습니다. 바울은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엡 2:14)라고 선포했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실 때 성소의 휘장이 위에서 아래로 찢어졌고, 우리는 은혜의 보좌 앞으로 담대히 나아갈 새로운 살 길(히 10:20)을 얻게 되었습니다.

  지금 영적으로 답답하고 막혀 있지는 않습니까? 예배를 드려도 감격이 없고, 말씀을 읽어도 마음에 와닿지 않으며, 삶의 기쁨마저 메말라 있다면 내 영혼의 통로를 점검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세상 염려와 불신앙, 은밀한 죄의 찌꺼기가 우리 영혼의 통로를 막고 있다면, 지체 없이 십자가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 힘으로 뚫을 수 없는 영적 혈은 성령님께서 우리를 회개와 기도로 이끄실 때 비로소 뚫리기 시작합니다. 기도는 굳어진 마음을 깨뜨리고 이미 열어 주신 은혜의 길로 다시 나아가게 하는 거룩한 통로입니다. 부르짖어 기도할 때 십자가의 은혜가 굳어진 마음을 녹이고, 막혀 있던 영혼에 하늘의 은혜와 평강을 다시 흐르게 할 것입니다. 막히면 고통스럽지만, 뚫리면 다시 흐르기 시작합니다. 기도로 막힌 영의 혈을 뚫으십시오. 우리 심령과 가정과 교회마다 하나님의 은혜가 다시 세차게 흐르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