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리 교회 변지혜 자매님의 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했습니다. 학사모를 쓰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바라보는데 제 마음에도 깊은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졸업장을 받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험과 과제, 고민과 눈물이 있었을까요? 한 사람의 성장을 지켜본 목회자로서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졸업식에 참여하면서, 문득 제 삶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두 번의 대학원 과정까지 공식적으로 여섯 번의 졸업을 경험했습니다. 그때마다 가족과 친구들의 축하와 꽃다발을 받았습니다. 졸업은 분명 축하받을 일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한 과정을 끝까지 완주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양육 훈련을 마칠 때마다 수료와 졸업을 축하합니다. 단순히 과정을 끝냈기 때문이 아닙니다. 믿음 안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인내했기 때문입니다. 졸업의 진정한 의미는 끝냄에 있지 않고, 끝까지 견딤에 있습니다.

  우리는 졸업을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졸업의 한자어는 ‘마칠졸(卒), 업업(業)’으로 학업을 마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졸업의 의미는 단순히 끝남에 머물지 않습니다. 옛 군대 편제에서 ‘졸(卒)’은 군사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모든 훈련을 마친 후 이제 실전에 나설 준비가 된 군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영어로 졸업식는 Graduation입니다. 그런데 많은 학교가 ‘Commencement’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놀랍게도 이 단어의 뜻은 ‘시작, 출발’입니다. 졸업식은 끝난 사람을 축하하는 자리가 아니라, 새로운 길을 향해 나가는 사람을 축복하는 자리입니다. 시인 T.S. 엘리엇이 “우리가 시작이라 부르는 것이 종종 끝이 되고, 끝을 맺는 것이 곧 시작이다.”라고 했듯, 졸업은 과거를 정리하는 마침표가 아닌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쉼표입니다. 끝난 것이 아니라 시작된 것입니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은 당신의 사람을 훈련하신 후 새로운 사명으로 부르셨습니다. 모세는 미디안 광야에서 40년 동안 훈련받았습니다. 그 시간은 실패의 세월이 아닌 하나님의 학교였습니다. 그리고 그 학교를 졸업한 후, 비로소 이스라엘을 이끄는 지도자로 부름을 받았습니다. 모세의 시대가 끝나던 날, 하나님은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종 모세가 죽었으니 이제 너는 이 모든 백성과 더불어 일어나 이 요단을 건너라.”(수 1:2) 모세의 끝은 여호수아의 시작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사명이 끝났지만 하나님의 역사에는 끝이 없습니다. 우리가 끝이라고 생각하는 곳에서, 하나님은 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십니다. 사도 바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딤후 4:7) 바울의 이 고백은 패배의 선언이 아닌 승리의 고백입니다. 바울에게 죽음은 인생의 종착역이 아닌, 영원한 하나님 나라로 들어가는 영광스러운 졸업식이었습니다. 

  하나님 안에서 모든 졸업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입니다. 바울이 고백했듯, 성도에게는 눈물도 아픔도 없는 하나님 나라에서 눈을 뜨는 ‘영원한 최종 졸업식’이 약속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상이 끝이라고 말하는 자리에서도 언제나 소망을 품을 수 있습니다. 이제 그 영원한 소망을 마음에 품고, 오늘 우리 앞에 놓인 새로운 시작을 향해 기대함으로 나아가십시다. 십자가가 끝인 줄 알았던 그 절망의 자리에서 부활의 위대한 역사가 시작되었듯, 하나님은 우리가 마침표를 찍는 바로 그 자리에서 언제나 새로운 문장을 써 내려가십니다. 인생의 새로운 출발선에 선 우리 자녀들과 성도님들의 앞날에 하나님의 크신 은총이 함께하시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