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의 첫 번째 선거는 교회 학생회 회장 선거였습니다. 당시 저를 포함해 두 명의 후보가 치열하게 경쟁했습니다. 투표 결과 제가 회장으로 선출되어 1년 동안 공동체를 섬기는 임기를 감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회장이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제 마음 한구석에는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 아픈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선거에서 아쉽게 패배했던 그 친구가 얼마 지나지 않아 상처를 입고 교회를 떠나버렸기 때문입니다. 어린 마음에 승리의 기쁨보다 정작 곁에 있던 소중한 친구 한 사람의 실족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밤잠을 설쳐야 했습니다. 누군가를 밀어내고 얻은 자리라면 주님의 몸 된 교회 안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그때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승리의 영광 뒤에 누군가의 눈물과 상처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은, 소년이었던 제게 선거의 무게와 공동체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가슴 깊이 새겨준 사건이었습니다.

  지금 미국은 예비 선거(Primaries)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한국 역시 동시 지방 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선거의 계절에 우리는 두 가지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바로 ‘기도’와 ‘투표’하는 일입니다. 먼저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지도자들이 선출되고, 선거 전반에 하나님의 공의가 드러나기를 구하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투표는 단순히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대한 거룩한 책임입니다. 그리스도인의 마땅한 사회적 의무입니다. 세상의 진영 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성경적 가치관에 부합하는 지도자에게 표를 던지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던지는 정직한 한 표를 통해 이 땅의 무너진 도덕과 공의가 바로 세워지기를 기원합니다. 우리가 공동체를 위한 책임을 외면한다면, 사회의 아픔 앞에서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워질 것입니다. 선거를 통해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고,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기를 소망합니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의 백성들 역시 중요한 결정의 순간마다 선거와 유사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구약 시대 대제사장은 하나님의 판결을 구하기 위해 가슴 흉패 안의 ‘우림과 둠밈’으로 주권적인 뜻을 물었습니다. 신약의 초대교회 역시 가룟 유다의 빈자리를 채울 사도를 세울 때, 온 교회가 기도한 후 제비를 뽑아 맞디아를 선출했습니다. 이 제비뽑기의 핵심은 인간의 세력 과시가 아닙니다. “그가 왕들을 폐하시고 왕들을 세우시며 지혜자에게 지혜를 주시고 총명한 자에게 지식을 주시는도다”(다니엘 2:21)라는 말씀의 성취입니다. 제비는 사람이 뽑으나 모든 일의 작정은 하나님께 있습니다.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손이 역사하십니다. 지도자를 세우고 패하는 것은 철저히 하나님의 주권입니다. 우리가 던지는 표는 유한하지만, 그 표 위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주권은 영원무궁합니다. 

  우리는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이기기를 소망합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인생의 결론을 삼아서는 안 됩니다. 세상 정치의 승리는 결코 영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승자와 패자를 갈라놓아 공동체를 분열시키기 쉽습니다. C.S. 루이스는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시민권자로서 책임을 다해야 하지만, 우리의 영혼은 오직 하늘 시민권에 닻을 내려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의 구원과 영원한 안전은 세상 지도자의 승리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땅의 정치적 승패에 일희일비하며 섭섭해하거나 분노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치적 승리가 세상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오직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뿐입니다. 선거의 계절에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