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생존(適者生存)’이라는 생물학적 용어가 있습니다. 환경에 잘 적응하는 존재만이 살아남는다는 뜻입니다. 이 적자생존이 오늘날 전혀 다른 의미로 재미있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열심히 적는 사람(적자)만이 살아남는다(생존)는 것입니다. 강의든 설교든 열심히 적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는 엉뚱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많은 것을 잊고 삽니다. 아니 잊는 데에 너무 능숙한 존재입니다. 올 한 해 하나님이 우리에게 많은 은혜를 주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마치 기억을 잃은 사람처럼 그 은혜를 쉽게 흘려보냅니다. 그리고 어느새 입술에는 감사보다 원망과 불평이 먼저 자리를 잡습니다. 그래서 신앙에는 독특한 ‘적자생존’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적는 사람만이 살아남습니다. 기억하려 애쓰는 사람만이 감사의 자리에 머뭅니다. 종이에 적든, 마음 판에 새기든, 하나님이 하신 일을 붙잡는 사람만이 다시 일어설 힘을 얻습니다.
인생에는 두 종류의 기억이 있습니다. 붙들어야 할 기억과 내려놓아야 할 기억입니다. 행복한 삶은 이 둘을 잘 분별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빨리 잊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말로 다 하지 못한 서운함, 되새길수록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장면들, 반복해서 곱씹을수록 상처만 깊어지는 기억들입니다. 이런 것은 오래 붙잡을수록 우리를 과거에 묶어 둡니다. 미련과 분노는 시간을 먹고 자라지만, 결코 우리를 살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기억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예수님을 믿게 된 은혜, 구원의 길로 불러주신 은혜, 믿음의 공동체 안에 머물게 하신 은혜, 몸과 마음을 지켜주신 은혜, 쉴 수 있는 가정과 일할 직장을 주신 은혜, 마음껏 신앙 생활하게 하신 은혜 등 세어보면, 감사는 끝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오늘 이 자리까지 인도하신 하나님의 손길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한 해를 되돌아보면 웃음으로 가득했던 날도 있었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던 날도 있었습니다. 기대가 이루어진 순간도 있었고, 희망이 사라진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날 위에 공통으로 새겨진 사실은 하나님이 함께 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기까지 인도하신 에벤에셀의 하나님께 감사를 올려드립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면, 과거가 달라집니다. 상처만 남았던 사건도, 실패처럼 보였던 시간도, 감사의 자리로 옮겨집니다. 은혜의 빛 아래에서 보면, 모든 것이 새롭게 해석됩니다. 성령님의 인도하심 속에서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됩니다. 바울은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빌 3:13-14)라고 말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는 사람만이 과거에 발목 잡히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갑니다.
다사다난했던 2025년의 끝자락에 서 있습니다. 가슴 벅차했던 순간도, 숨이 멎도록 아팠던 시간도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한 해와 작별할 시간입니다. 우리의 상황이 어떠하든지 매듭을 잘 지으시기를 바랍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안고 새해로 들어가느냐 입니다. 상황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환경이 갑자기 달라지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변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사실입니다. 그분은 새해에도 똑같이 우리를 붙드시고, 인도하시고, 도우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적인 계산보다 믿음을 선택하십시오. 돌아보면 모든 것이 하나님 은혜였습니다. 새해에도 하나님의 크신 은혜가 성도님들의 삶, 가정, 하시는 모든 일에 더욱 함께하시길 축복합니다. Happy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