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를 다닐 때, 생각나는 교수님이 있습니다. 은혜로 점수를 주는 교수님입니다. 시험이 끝나고 성적을 확인해 보면, 어떤 교수님은 틀렸다고 가차 없이 0점을 줍니다. 그런데 어떤 교수님은 10점 만점에 3점, 2점, 1점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런 날은 1점을 받아도 마음이 기뻤습니다. 교수님이 제가 공부한 부분을 인정해주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은혜로 받은 점수(Graded with Grace)여서 더욱 행복했습니다. 이후 저도 채점을 할 때면, 노력한 결과에 따라 조금이라도 점수를 더 주려합니다. 그것이 성경적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이루었는가보다는 우리가 어떻게 일했는가를 보십니다. 결과도 보시지만 과정도 중요하게 여기십니다. 예수 믿는 우리는 결과 못지않게 과정도 좋아야 합니다. 

  우리는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을 부러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메이저 리그 강속구 투수였던 페드로 마르티네즈는 “나는 실력을 천부적인 재능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을 보면 화가 난다, 내가 이제까지 쌓아 온 피눈물 나는 노력이 아까워서다.”라고 말했습니다. 실력은 남들보다 비범한 능력이 아닌, 꾸준하게 지속하는 과정에서 거둔 열매입니다. 자주 사용하는 말 중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만 이루면 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과정이 잘못되면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모래성처럼 쉽게 무너집니다. 좋은 결과를 원한다면 차근차근 과정을 밟고 원리원칙대로 행해야 합니다. 법과 원칙을 무시하면 결국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급히 먹은 밥은 체합니다. 급하다고 과정을 무시하면 나중에 문제를 수습하는 것이 훨씬 힘듭니다.  

  예수님은 아기로 태어나서 자라는 과정을 거치셨습니다. 그러나 아담과 하와는 어린 시절의 과정이 없었습니다. 성숙이나 성장의 과정이 없어서 쉽게 사탄의 유혹에 넘어갔는지도 모릅니다. 사울은 준비의 과정 없이 왕이 되었습니다. 준비 없이 왕이 되어 불순종하다가 하나님께 버림을 받고 망하고 말았습니다. 반면 다윗은 온갖 어려움의 과정을 겪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성숙했습니다. 연단의 과정을 통해 맷집을 키웠기에 실수도 했지만, 어려움을 넉넉히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과정은 꼭 필요합니다. 믿음 역시 한방이 아닌 꾸준하게 지속하는 과정에서 형성됩니다. 금수저는 태어나면서부터 물고 나올 수 있을지 몰라도 신앙은 지루할 정도로 지속하고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빚어집니다. 믿음은 요행이 아닌 일상을 꾸준히 살아낸 결과물입니다. 

  우리는 결과에 집착합니다. 그러나 성공은 결과가 아닌 과정입니다. 감동적인 스토리는 과정이지 결과가 아닙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과정이 무명의 시간이고, 연단이고, 고난입니다. 이런 광야의 스토리를 만들어낸 인생이 진짜입니다. 결과가 선하려면, 과정도 선해야 합니다. 하나님께 영광이 되고 사람에게 덕이 되어야 합니다. 좋은 결과를 위해 편법을 사용하는 것은 바벨탑을 쌓는 것과 같습니다. 결과만 보고 판단할 일이 절대 아닙니다. 결과는 과정을 다 설명하지 못합니다. 하나님은 결과와 함께 우리의 전 과정을 눈여겨보십니다. 우리의 희생과 헌신, 눈물을 보십니다. 눈에 보이는 결과로 일희일비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일상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가운데,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결과물을 만들어 하나님께 영광 돌리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