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간 꽃들을 참 많이 보았습니다. 순들, 사역 팀들의 꽃구경을 따라가거나, 운전기사로 섬기면서 실컷 꽃구경을 했습니다. 현재 우리가 사는 캘리포니아는 지난겨울에 비가 많이 내려서 꽃들이 만개해 있습니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활짝 피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벚꽃은 하늘을 새하얗게 물들였습니다. 수선화는 노랑 등불을 켜고 주변을 환하게 밝힙니다. 유채 또한 노랑 물감을 들판에 뿌려놓은 것 같습니다. 튤립은 빨강, 분홍, 노랑, 흰색 등 다양한 색상으로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꽃은 하나님의 창조물 가운데 걸작 중의 걸작입니다. 시인 괴테는 “하늘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별이요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꽃이요 인간에게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사랑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성도님들이 생각나서 꽃밭에서 꽃향기를 가득 담아왔습니다. 교회 곳곳에 뿌려놓았으니 한껏 꽃 내음을 느껴보시기를 바랍니다. 

  꽃은 화려합니다. 꽃은 사람을 불러 모읍니다. 꽃의 인기는 단연 으뜸입니다. 모두가 꽃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성경의 꽃에 대한 평가는 인색합니다. 성경은 꽃의 아름다움을 말하지만, 꽃처럼 되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성경은 꽃의 허무함을 강조하는 듯합니다. 베드로 사도는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은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벧전 1:24)라고 말했습니다. 꽃의 영화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우리말에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꽃의 붉은 아름다움은 열흘을 채 넘기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성경이 꽃의 아름다움을 말하면서도 꽃의 허무함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꽃은 과정이지 목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꽃은 재생산하지 않습니다. 꽃은 열매를 위해 자기의 임무를 다하고 홀연히 사라집니다. 꽃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다가 열매에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식물의 본래 목적은 열매입니다. 꽃이 화려하게 시선을 모으고 사라지면, 그 자리에 열매가 맺힙니다. 꽃은 열매를 맺도록 자신을 불태웁니다. 꽃을 보며 우리의 신앙도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인생이 하나님의 은혜로 꽃을 피운다 해도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은혜는 열매를 위한 재료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최종 목적은 열매를 풍성히 맺는 것입니다. 식물학자들은 흙 속에 있는 질소, 인산, 칼륨 등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도록 돕는다고 합니다. 우리도 우리 안에 거하시는 성령님으로 인해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화려하게 꽃 피는 것보다 풍성한 열매를 맺기를 원하십니다. 꽃을 아름답게 피우는 것을 넘어서 열매를 풍성히 맺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를 소원합니다. 

  아름다운 꽃을 창조하셔서 우리 눈을 호강하게 하시는 하나님은 멋진 예술가이십니다. 도종환 시인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고 말했습니다. 이 세상의 식물들은 흔들리고 젖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바람에 흔들리고 비에 젖으면서도 때가 되면 꽃을 활짝 피워냅니다. 꽃은 비에 젖어도 향기와 빛깔은 젖지 않습니다. 인생 꽃을 피우기 위해서도 폭풍우를 견뎌야 합니다. 하나님의 시간까지 참고 기다려야 합니다. 아름다운 꽃을 활짝 피울 뿐 아니라, 풍성한 열매도 맺으시기를 바랍니다. 열매를 찾으시는 하나님 앞에 서는 날, 열매의 다발을 하나님께 가득 선사하기를 축복합니다.